섬김의 리더십

마 20:24-28 24열 제자가 듣고 그 형제에 대해 분히 여기거늘 25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다가 가라사대, “이방인의 집권자들이 저희를 임의로 주관하고 그 대인들이 저희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26너희 중에는 그렇지 아니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27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 종이 되어야 하리라. 28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군림의 리더십

왜 사람들은 리더가 되고자 하고 또 리더십의 위치를 얻기 원할까요? 기독교 안팎을 살펴보면, 사람들이 리더십을 동경하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첫째, 심리적인 것으로서 자신이 남들과 달리 얼마나 위대하고 뛰어난 인물인지 사람들 앞에서 입증해 보이고 싶어서입니다. 그것을 통해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동시에 부러움, 칭찬, 인기 등을 얻게 됩니다. 둘째, 실제적인 것으로서 리더십의 위치에 올라갈 때 수반되는 여러 가지 혜택을 염두에 두기 때문입니다. 리더십의 위치에 있게 되면 다른 이들과 달리 여러 가지 이득, 혜택, 유익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리더가 되면 권세를 부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리더 앞에서 굽실거리고 심지어 리더의 말 한 마디에 꼼짝 못하고 순종합니다. 또 엄청난 판공비가 할당되어 재정적 여유를 누립니다. 큰 방과 비서와 좋은 차가 제공되는가 하면 어디에 가든 좋은 대우를 받습니다.

그런데 만일 어떤 이가 이러한 두 가지 이유 -- 심리적 만족 및 실제적 유익 -- 때문에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가 그 위치에 올라갔다고 합시다. 과연 그는 어떤 리더가 되어 있을까요? 25절이 이런 리더십 모습의 진면목을 그대로 드러내 줍니다. “이방인의 집권자들이 저희를 임의로 주관하고 그 대인들이 저희에게 권세를 부리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을 군림의 리더십(tyrant leadership)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언급된 이방인의 “집권자”는 왕을 가리키고 “대변인”은 그 밑의 중신들로 해석이 됩니다. 이방인의 세계에서는 왕이 백성을 임의로 주관하고 왕으로부터 권세를 부여받은 대신들 또한 백성들에게 세도를 부리는 것이 당시의 현실이었습니다. 이들은 결국 심리적 만족과 실제적 유익 때문에 리더십을 발휘했던 것입니다. 또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세상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리더십 모습이기도 합니다.

섬김의 리더십이 아닌 바

그러나 예수께서는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아니하니”(v. 26)라고 하심으로써 군림의 리더십이 아닌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선 보이십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v. 26),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 종이 되어야 한다”(v. 27)고 하셨습니다. “크고자 하는 자”나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결국 같은 뜻으로서 리더십의 위치에 오르고자 하는 이들을 가리킵니다. 또 뒷 부분에 등장하는 “섬기는 자”와 “종”도 두 표현 모두 낮은 지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단지, 전자는 일의 내용으로부터 나온 명칭이고 후자는 신분에서 유래한 명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자신을 복음의 일꾼(섬기는 자) (고전 3:5; 엡 3:7)으로도, 그리스도의 종(롬 1:1; 빌 1:1)으로도 소개합니다.

그런데 정작 이 진술 --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종이 되어야 한다” -- 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실 이 표현 속에 “섬김의 리더십”이 감추어져 있습니다만, 그것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선 본 설교자는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아니하니”라는 어구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의 리더십과 관련하여 그릇된 결론에 도달한 몇 가지 예부터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째, 기독교 내에는 리더나 리더십 위치(leadership position)가 불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리더나 리더십 직분이 확정적으로 존재하지만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지휘 체계 일체를 배척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리더십이 은사의 한 가지임을 밝히고 있고(롬 12:8; 고전 12:28), 또 여러 가지 리더십 위치(엡 4:11) -- 사도, 선지자, 복음 전하는 자, 목사-교사 --와 직분 -- 장로(딛 1:5) 및 집사(딤전 3:8) -- 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즉 리더십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이기 때문에 리더십과 그에 연관된 직책은 신앙 공동체에서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둘째, 리더나 높은 지위를 꿈꾸는 것은 모두 그릇된 야망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역시, 세상 사람들은 옳지 않은 야망에 의해 리더십을 꿈꾸고 야단 법석이지만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런 식의 마음 자세와 행동 양태가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딤전 3:1에 보면 “사람이 감독의 직분을 얻으려 하면 선한 일을 사모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환난과 핍박의 상황이어서 모두가 리더십을 피하고자 하던 때이었기는 하지만) 따라서 어떤 동기로 높은 지위를 꿈꾸느냐가 리더십에 대한 야망의 정당성 여부를 결정하는 열쇠가 되는 법이지, 높은 지위를 꿈꾸면 그 동기와 상관 없이 무조건 다 잘못되었다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셋째, 기독교 내의 리더십은 세상과 달리 아무렇게나 대충하면 된다고 잘못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리더는 반드시 자격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행 1:21-22; 6:3, 5). 오히려 성경은 신앙적 리더십의 자격에 대해서 매우 엄격한 규정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딤전 3:1-13; 딛 1:5-9). 구원은 자격 없이 받는 것이지만, 리더십이라는 사안은 공동체의 유익이 달려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자격을 언급하게 마련입니다.

섬김의 리더십의 핵심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섬김의 리더십의 올바른 의미가 무엇인지 규명하도록 합시다. 올바른 의미의 파악을 위해서는, 목회적 리더십과 관련한 우리의 심리적 정황이나 배경을 먼저 살펴 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대개 리더로 발탁되는 인물들은 자격과 실력이 갖추어져 있어서 리더가 되기에 합당하다고 평판이 나 있습니다. 이것은 신앙 공동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리더가 -- 목회자든 세상에서의 지도자든 -- 이러한 자격과 실력을 갖추었을 경우 지속적으로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시험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두 가지 면에서 그렇습니다.

첫째, 사람들의 인정을 얻는 일에 혈안이 됩니다. 그리하여 “나는 다르다. 나는 남과 달리 모든 자격 조건을 골고루 갖추었다. 사람들이여! 제발 나를 좀 인정해다오!” 라고 소리 없이 부르짖게 됩니다. 둘째, 자신의 목회적 리더십 발휘와 관련해 권리를 주장하게 됩니다. “나는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마땅히 혜택을 누려야 해! 높은 사례비, 넓은 방, 교우들의 완전한 순종 등등 말이야 … "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두 가지 모습은 이 세상의 타락한 리더십과 하등 차이가 없습니다. 아니, 심한 경우에는 리더십의 모습이 더 악해지고 추해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 사이에 이런 그릇된 마음 자세가 편만해 있는 것을 발견하셨습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면 영락 없이 군림의 리더십으로 줄달음칠 위험을 발견하신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정황에서 섬김의 리더십을 언급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누구든지 크고자/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종이 되어야 한다”고 했을 때, 앞의 “큼,” “으뜸”은 직분이나 직책 등 리더십 위치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뒤의 “섬김,” “종”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섬김”과 “종”은 문자적으로 종의 직분이나 낮은 지위가 아니라 오히려 섬기는 정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만일 뒤의 표현도 직분이나 직책으로 해석하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모순이 생깁니다: “누구든지 리더십에 오르고자 하는 자는 동시에 종의 직분을 견지해야 하리라.”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목사가 되려면 청소부가 되어야 한다,” “총회장이 되려면 말단 사무 직원이 되어야 한다,” “학교의 총장은 동시에 학교 수위이어야 한다” 는 등 부자연스러운 내용의 진술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따라서 조금 전에 제안했듯, “섬기는 자,” “종”이 나오는 뒷부분은 섬김의 정신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즉, 높은 위치로 올라가고자 하면 할수록 더욱 더 섬김/종됨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섬김의 정신을 발휘하는 것일까요? 섬김의 정신은 “하나님에 대한 섬김”과 “사람에 대한 섬김”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하나님에 대한 섬김”부터 생각해 봅시다. 내가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하나님께서 주권적 은혜를 베푸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황공하옵게도 인간을 통하여 일하시기로 작정하셨고, 나는 그런 인물 중 하나로 선택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내게 자격과 실력이 보유되어 있다고 해도, 그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 덕분입니다. 사실 하나님께서는 나 말고 얼마든지 다른 사람을 리더로 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쉬운 예를 들자면, 모세 말고 다른 이를 불러서도 출애굽을 단행할 수 있었고, Calvin이 아닌 다른 이를 택해서도 종교 개혁의 역사를 진행시킬 수도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리더십 자격이 갖추어져 있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내가 남보다 잘났다고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어떤 목적이 있어 나를 택하신 것이므로, 나는 그저 그 목적을 이루는 데만 초점을 맞추면 됩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에 대한 섬김의 정신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을 섬긴다는 것은, 나를 리더십 위치로 오르게 하신 주님의 주권적 은혜 때문에 나를 내세우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목적을 이루는 데만 착념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니엘처럼 “내 지혜가 다른 인생보다 나은 것이 아니라” (단 2:30)고 밝히면서 하나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만 전념하는 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정신입니다.

동시에 섬김의 정신은 사람들을 섬기는 것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리더인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리더인 내가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확실한 태도의 확립을 의미합니다. 역시 다니엘은 느부갓네살 왕의 꿈 사건을 통해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대접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에게 유익을 끼쳤습니다. 그는 자신의 세 친구(단 2:18)와 바벨론 박사들이 사멸 당하지 않게(단 2:24) 조치했을 뿐만 아니라 후에 왕에게 요청해 세 친구 또한 직위를 얻도록 도와 주었습니다 (단 4:49). 이것이 바로 사람을 섬기는 정신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이 높은 지위에 오르기를 꿈꾸고 있든지, 아니면 이미 어떤 과정을 거쳐 높은 직분에 올라가 있을 경우, 항시 두 가지 방면에서 섬김의 정신이 실현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나는 하나님의 종이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내게 리더로서의 은사와 자격 조건을 주셨다” 라는 생각과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종이다. 다른 사람들의 유익과 도움을 위해 내가 리더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늘 자신의 심정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러한 섬김의 정신을 교훈으로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모범으로도 보이십니다. 그 내용이 바로 28절에 나타납니다. 그가 가장 완벽한 자격을 갖춘 리더이면서도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신 것은, 하나님 섬김의 정신[하나님의 뜻과 목적을 이루고자 함]과 사람 섬김의 정신[사람들의 유익을 위해 희생함]을 구현한 구체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구속의 과업을 감당함으로써 하나님을 섬겼고, 많은 이를 위한 대속물이 됨으로써 사람들을 섬겼습니다. 이야말로 철두철미하게 하나님 섬김의 정신과 사람 섬김의 정신으로 충일한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도전

우리의 공동체에는 자격을 갖춘 리더들이 등용되어야 합니다. 리더들은 하나님의 말씀(엡 4:11), 목양(牧羊)(엡 4:11), 리더십(롬 12:8; 고전 12:28)과 관련해 실력 -- 지식, 경험, 기술 -- 을 갖추어야 합니다. 어떤 면에서 좀 모자르다 싶으면 “전심전력하여 자신의 진보를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도록” (딤전 4:15) 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자격이나 실력이 없는데 리더십에 따르는 특권 및 영광 때문에 리더십을 맡든지 기를 쓰고 리더십의 위치에 오르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죄입니다. 그리스도인 리더들은 자격이 없기 때문에 겸손한 것이 아니라 실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격과 실력만을 갖추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리더로서 자격과 조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만 하나님 앞에서와 사람들 앞에서 종의식을 가진 이들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에게 자격이 있다고 하여 “나는 남과 다르다,” “사람들이 나를 섬겨야 한다” 라고 생각하면 그는 그리스도의 교훈과 모범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그런 리더들이 속한 공동체는 파괴와 균열로 치닫기 쉽습니다. 이것은 꼭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뿐만 아니라 학교, 병원, 가정, 회사의 경우에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리더십을 강렬히 꿈꾸면 꿈꿀수록 마땅히 이러한 섬김의 정신 -- 하나님을 섬김, 사람을 섬김 -- 으로 충일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바로 이 시대에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종이 되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체현해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 공동체에서, 또 우리가 파송 받아 일하는 세상 속에서, 섬김의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산 모범으로 보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송인규의 신앙세계> blog.naver.com/seniosong